아침 햇살이 창문을 넘어와 방 안을 부드럽게 감싸고, 그 빛은 무심한 듯 책상 위 종이와 펜 위에 머문다. 단어는 의미 없이 나열되고, 문장은 목적 없이 이어지며, 글줄은 그저 공간을 채우기 위해 흐른다. 길을 걷는 사람들의 발소리는 멀리서 메아리처럼 들려오고, 그 속삭임 같은 울림은 곧 사라져 버린다.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들이 이어지고, 그 순간들은 하나의 장면으로 묶여 시간이란 이름으로 불린다. 의미 없는 구절들이 반복되지만, 그 반복 속에서 묘한 리듬이 생기고, 그 리듬은 또 다른 문장을 불러낸다.
바람은 머뭇거리며 지나가고, 하늘의 구름은 무심히 흘러간다. 그 속에서 무수한 단어들은 서로 이어지고 흩어지며, 다시 모여 새로운 형태를 만든다. 누군가는 그 안에서 의미를 찾으려 애쓰지만, 애초에 의미는 없고, 단지 비워진 여백을 메우기 위한 나열일 뿐이다. 그러나 그 무의미 속에서 오히려 자유가 태어나고, 읽는 이의 상상력은 제멋대로 날아가며 전혀 다른 세상을 떠올린다. 오늘과 내일의 경계는 희미하고, 어제의 기억은 흐려지지만, 문장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또 이어진다.
낯선 단어들이 겹치고, 낯익은 표현들이 뒤섞이며, 끝없는 문장은 마침표를 미루듯 길게 늘어난다. 눈으로 따라가는 동안 아무 의미도 남지 않지만, 글자는 여전히 공간을 채우고, 그 채움 속에서 묘한 안도감이 피어난다. 삶의 순간처럼 흘러가는 이 문장들은 붙잡을 수 없고, 되돌릴 수 없으며, 단지 지금 여기에 있을 뿐이다.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.